(사)한국감사인연합회

(제2020-02호, 2020.5.31.)

성명서

  -정의기억연대의 회계부실 논란을 보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정의기억연대 및 정대협의 회계부실 사태를 주시하던 중 5.29. 윤미향 전 이사장(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비례대표 당선인)의 기자회견을 보고 ‘전혀 정의롭지 못한’ 무책임한 변명으로 일관하는 것에 크게 실망하였다. 또 국민여론의 70% 이상이 당사자는 국회의원 자격이 없어 즉시 사퇴해야 한다는 조사결과가 있었음에도 당사자를 비호하는 소속 정당을 보면서 더이상 희망을 걸 수 없고 개인 관련 자금 유용과 횡령 등 형사 문제는 이미 착수된 검찰의 수사 결과를 기대하는 바이다.

이에 우리 한국감사인연합회는 회계 및 감사전문가단체로서 엉뚱한 이념과 진영의 프레임 차원이 아닌 순수 회계투명성 제고 차원에서, 기부자들의 소중한 쌈지돈을 제대로 사용하고 보고하는 수탁책임을 지는 시민단체의 운영과 제도적 개선 관점에서 다음 네 가지 요구사항을 천명한다.

회계책임을 엄중하게 이행하라.

아무리 지향하는 목적사업이 고상하다고 해도 금전거래가 불투명하다면 그 자체로 비난받고 관련 책임을 지는 것이 상식이 되어야 한다. 운영진의 개인 돈과 단체의 목적사업을 위해 받은 돈은 공사(公私)를 가려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개인간에도 돈 계산이 흐리다면 친구들도 가까이하지 않을 텐데 시민들 곁에 있어야 할 시민단체라면 돈 문제만큼은 깨끗해야 한다.

시민단체의 회계책임이란 기부자의 위임에 따라 받은 자금을 효과적으로 보전, 관리 그리고 보고할 책임으로 구성된다. ‘보고양식에 총 재산가액의 1% 혹은 2,000만원을 초과하는 기부금은 출연자와 금액을 반드시 명기해야 하나, 이러한 사항을잘 인지하지 못하여 기부금에 대한 공시가 누락되었다’는 정의기억연대의 변명은 회계책임을 보고책임으로 한정하여 에둘러 표현하며 보고양식을 만든 정부에게 책임전가하는 것에 불과하다. 기부금 보고양식 작성과 무관하게 기부금을 어떻게 보전하고 관리했는지 그 거래의 기초가 되는 장부가 존재하는지에 대한 확인이 우선이다.

개인후원회처럼 운영되어선 아니 된다.

시민단체가 대표자와 대표자의 측근을 위한 개인후원회처럼 운영된다면, 굳이 개인자금과 단체자금을 구분할 필요가 없어진다. 개인자금과 단체자금 관리는 명확한 경계선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것을 회계용어로 구분회계라고 하며, 세법 등에서 요구하는 구분경리는 비영리단체의 자금사용에 있어 투명성을 위한 초석이며 견물생심을 막기 위한 방편이다.

모언론의 Y주필은 시민단체가 분노를 비즈니스 모델로 하는 ‘무자본 특별법인’이라고 풍자한 바 있다. 감정적으로 분노만 유발하고 회유와 강압 등으로 모금해 자본투자가 0원이기 때문에 이익률이 무한대인 단체사업이라는 점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이다. 개인후원회와 달리 단체계좌로 입금해야 할 돈을 일부러 개인계좌로 처리한 것은 시민단체를 개인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한 것에 다름아니다.

과세 당국은 세무조사의 엄정한 잣대로 증여세 탈루여부를 조사하라.

비영리단체가 일반 기부를 받게 되면 세법상 ‘증여’에 해당되어 세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기부금을 받아 공익을 위해 사용한다면 정부로부터 소정 절차를 거쳐 지정기부금단체로 인정받아 증여세를 부담하지 않고 한편 기부자는 기부금을 세액공제나 필요경비로 인정받도록 함으로써 세금감면하여 간접 지원하고 있다. 이 경우 기부금이 공익사업을 위해 사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회계는 꼭 필요하며, 그렇게 어렵지도 않다. 얼마의 돈이 들어왔는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사용했는지 장부에 잘 기록해 두면 회계의 절반은 완성된 것이다. 여기에 사용내역을 적격 증빙으로 잘 철해두고, 정관상의 회계연도별로 수입과 지출내역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내부감사의 검토를 거쳐 공시하면 된다.

장부와 증빙철을 제대로 구비하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운용하는 이유는 자금을 유용하기 쉽기 때문이다. 회계보고양식을 제대로 작성할 역량이 있는 자가 없다고 하는 핑계로 ‘시민단체에 자세한 회계처리를 요구하면 너무하다’라고 강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시민단체가 정관상 목적사업에 사용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유용한 것이 확인된다면 면제받았던 증여세의 탈루 관련 세무조사를 통해 국가에 환수시켜야 한다.

비영리공익법인은 감사공영제 방식으로 공정한 외부감사를 받아 우리 사회의 빛과 소금 역할을 인정받도록 하라.

차제에 시민단체를 포함하여 종교단체, 사립학교 등 비영리공익법인의 공공성을 높여야 한다. 시민단체 중에는 자산과 수입(기부금과 국가보조금 포함)의 규모가 천차만별이어서 소규모 시민단체에게 모두 외부감사를 받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배보다 빼꼽이 크므로 합리적이지 못하다. 현행 규정으로는 기말 총자산 100억원 이상, 당기 총수입 50억원 이상, 기부금과 보조금수입 20억원 이상 중 어느 하나를 충족하는 비영리공익법인의 경우 외부감사를 받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감정적으로 그 기준을 하향조정해 규제를 확대하는 것보다 차후 신중한 검토를 거쳐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오히려 공익법인의 성격상 외부감사 방식을 셀프검증인 자유선임 방식이 아니라 감사공영제 방식으로 바꾸어 주무관청이나 공인회계사회가 지정하는 비영리회계감사인 능력(PAP)을 갖춘 공인회계사로부터 외부감사를 받도록 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빛과 소금 역할을 떳떳하게 인정받도록 하는 제도 확립이 필요하다. 이때 청구되는 감사비용은 임의계약제가 아닌 별도의 비영리법인감사보수규정 제정으로 한도를 제한함이 바람직하다.

요컨대 이번 사태가 자본주의의 퇴행을 예방하면서 인간다운 선진사회 구현에 꼭 필요한 비영리단체의 활성화에 역행이 되지 않고 오히려 옥석을 가려 좋은 비영리단체에 대한 기부문화 진작에 도움되는 체계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연락처: 한국감사인연합회 office@koreaauditor.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