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감법 개정, 회계감사 부문 매출 증가로 이어진다"

회계업계의 염원을 담은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회계감사 부문의 매출이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대형 회계법인의 경우 매출 증가 폭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장기업의 감사인을 지정토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외감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상장기업들은 2020년부터 6년 동안 외부감사를 맡길 회계법인을 자유롭게 선임한 뒤에는 3년 동안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지정한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아야 한다.


지정감사를 피하려면 △6년 안에 당국의 감리를 받은 결과 회계부정이 발견되지 않은 경우 △대통령령으로 결정된 것에 따라 회계처리의 신뢰성을 인정받은 경우에 해당해야 한다.

사실상 대다수 상장기업이 지정감사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이번 개정안은 외국계 회사, 법무법인 등 유한회사도 외부감사를 받도록 했고, 감사에 일정 이상 시간을 들여야 하는 표준감사시간 제도도 도입하도록 했다.

그동안 회계법인은 입찰을 통해 외부감사를 수주했기 때문에 비용 줄이기 경쟁을 벌여야 했다. 이로 인해 감사인이 일하는 시간은 늘어난 반면 보수는 정체됐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대 회계법인의 시간당 감사보수는 2014년 7만9000원에서 지난해 7만7000원으로 감소했다. 회계법인 매출 중 감사수입 비중도 꾸준히 낮아졌다. 2014년 사업연도에 35.1%였던 감사수입 비중은 2015년 34.6%, 2016년에는 33.5%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개정에 따라 회계법인들은 경쟁입찰 부담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게 될 전망이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제살깎아먹기식 경쟁이 줄어들고 기업에 감사보수를 더 많이 요청할 근거도 마련된 만큼 감사부문 매출이 증가할 것"이라며 "회계법인이 경영자문이나 세무자문 등 다른 업무보다 본업인 회계감사에 주력할 여건이 마련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정감사 등의 혜택을 대형회계법인이 대부분 가져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해외 업체와 제휴하지 않은 로컬 회계법인의 경우 4대 회계법인에 비해 위기관리 등의 역량이 부족해 지정감사제 아래서도 대형 기업의 감사를 맡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한 회계사는 "로컬 회계법인은 회계사들이 함께 일하는 형태가 아니라 이름만 함께 쓰는 경우가 많다"며 "현실적으로 로컬 회계법인이 대형기업의 회계감사를 맡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중소 회계법인의 경우 지정감사제 확대를 마냥 반기긴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감사인연합회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이번 개정안보다 더 강화된 지정감사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한 중소법인 회계사는 "지정감사제 확대로 회계업계의 양극화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2016년 사업연도 회계법인의 전체 매출액 2조6734억원 중 4대 회계법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50.4%(1조 3485억원)였다. 삼일 회계법인이 5040억의 매출을 올렸고 삼정이 3190억원, 안진 3090억원, 한영 2500억원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