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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감사제 완화, 세계적 웃음거리 될것"

오대석 기자
입력 : 
2023-02-15 17:38:19
수정 : 
2023-02-15 20:5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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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중경 전 장관 쓴소리
한국 상황, 선진국과 달라
9년 자유선임은 시기상조
제도 연착륙 필요한데
시행 몇년만에 바꾸면
회계개혁 취지 어긋나
사진설명
최중경 한미협회 회장(전 지식경제부 장관)이 15일 공인회계사회관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주기적 지정감사제를 보완하려면 대한민국 기업의 지배구조가 선진화하는 진전을 보여야 하고 충분한 데이터가 축적돼야 합니다. 이 두 가지 전제가 없는 상태에서 제도를 손보자는 것은 제도 도입 취지를 달성하지 못하고 제도개혁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얘기에 불과합니다."

최중경 한미협회 회장(전 지식경제부 장관)이 15일 서울 서대문구 한국공인회계사회관에서 열린 '제12회 감사인정책세미나 및 제9기 정기총회'에서 주기적 지정감사제의 완화는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최 전 장관은 "회계개혁은 긴 호흡을 가지고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혁 이전과 이후를 검토해 보완해야 한다"며 "결실 없이 바꾼다면 주식에 투자한 말 없는 다수 국민은 보호받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책적 판단의 대상으로 삼거나 (감사 대상이 되는) 기업과 타협해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주기적 지정감사제는 기업이 6년 동안 동일 감사인을 선임한 경우 이후 3년 동안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가 새로운 감사인을 지정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기업이 특정 감사인에게 장기간 감사를 받다가 회계조작이나 은폐 같은 유인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됐다.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가 계기가 됐으며 2019년 발효돼 2020회계연도부터 적용됐다.

그러나 최근 기업의 회계 부담이 커졌다는 이유로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지정감사제보다 내부 고발과 감리 강화, 감사위원회 활성화 등을 통해 기업 투명성을 높이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주기적 지정감사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주기적 지정감사제가 감사인과 피감기업 유착 방지 등 독립성 강화에 치중돼 감사 품질이 떨어지고 기업 부담이 증가하는 등 부작용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재계에서는 감사인 자유 선임 기간을 기존 6년에서 9년으로 늘리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최 전 장관은 기업의 감사인 자유 선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기업 측 주장에 대해 한국 상황이 선진국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는 "결국 나를 재판할 판사를 내가 정하는 '셀프 선임'을 한다면 안 하는 것만도 못하다"며 "지정을 해야 마땅하지만, 기업 입장을 고려해 주기적으로 하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자유 선임과 지정감사) 간격은 2대1이 적당하다. 9년은 너무 길어 그사이에 다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제도의 연착륙이 필요하지만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는데 시행한 지 몇 년 만에 바꾸면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 전 장관은 회계사가 '갑질'을 한다는 불만이 나오지 않도록 공인회계사 행동강령을 준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기업 측에서 회계사들이 갑질을 한다는 원성이 있는데, 회계사들은 반드시 행동강령을 준수해 자정 작용을 해야 한다"며 "준수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제도가 깨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윤 한국감사인연합회 회장은 이날 "2019년 도입된 강력한 회계개혁이 4년간 추진돼 다소 분위기가 변화됨에 따라 국제 회계신인도가 주요 64개국 중 꼴찌 수준인 61위에서 2021년 37위까지 올랐다"면서도 "2022년 다시 53위로 추락해 불안정하다"고 진단했다. 김 회장은 "소유 경영자 지배구조라는 우리나라 지배구조는 선진국의 전문경영자 지배구조와 본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회계 시스템도 이를 전제로 정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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