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도입으로 회계감독 어려워져, 제재보다 계도"

2022-02-17 10:48:00 게재

국제회계기준 시행 11년 평가

'의견 차이'로 감리기간 늘어

"기업·감사인 결정 존중해야"

감독기구개편, 중장기 과제

우리나라가 국제회계기준(IFRS)을 도입한 지 11년이 지난 가운데 금융당국의 감독방향이 일률적인 제재보다는 복수의 회계처리가 존재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계도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7일 한국감사인연합회가 개최한 '감사인정책워크숍'에서 전규안 숭실대학교 교수는 'IFRS 도입 11년과 회계개혁의 정착 과제'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이같이 밝혔다.


IFRS는 원칙중심의 회계기준으로 상세한 회계처리 방법을 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기업이 자율적인 판단으로 적용한 회계기준이 회계원칙에 충실하다면 이를 모두 인정하고 있어, 동일한 사항에 대해 기업마다 서로 다른 회계처리 가능하다.

전 교수는 "원칙중심 회계라는 국제회계기준에 걸맞는 감독의 정착이 필요하다"며 "사후적이 아닌 사전적이고 예측 가능한 감독, 제재보다는 계도 중심의 감독을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측가능하고 기업과 외부감사인의 합리적인 선택을 존중하는 감독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원칙중심 회계에 대한 이해관계자별 의견 차이 증가로 감독의 어려움이 증가했다"며 "피감리자와 감독기관 간의 회계기준 해석 차이로 명확한 결정이 어렵기 때문에 감리기간 증가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또한 IFRS의 복잡성과 어려움이 증가하면서 전·당기 감사인간의 의견불일치가 많아졌고 감독기구의 역할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전 교수는 "원칙중심 회계기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필요한 경우 '감독지침' 발행으로 회계처리의 불확실성이 감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금융당국은 회계기준이 아닌 감독 목적의 회계지침인 감독지침(7개)을 마련했다.

최근 회계법인 최고경영자(CEO)들은 정은보 금감원장과의 간담회에서 "회계기준 적용과 관련한 감독지침과 가이드라인이 실무에 많은 도움이 됐다"며 적극적인 지원을 건의했다. 정 원장은 회계처리의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감독지침 등의 마련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전 교수는 "회계기준을 명백하게 위반한 경우만 징계를 하고 다양한 주장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징계가 이난 공시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오류가 아닌 새로운 사실에 의한 회계추정의 변경에 대해서는 재무제표 재작성이 아닌 점진적인 오류수정으로 회계처리를 인정하고 감리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감독분야에 대한 중장기 개선방안으로는 △패널제도의 도입 △감독기관 자문기구 운영 등을 제시했다. 재무제표 심사 후 감리를 진행하기 전에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패널의 심사를 거치도록하고, 패널들은 재무제표 심사 후 지적 여부, 감리로 진행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또한 미국 회계감독위원회(PCAOB)가 지난해 3월 자문 역할을 하는 그룹(SAG)의 도입을 의결한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SAG는 투자자, 감사위원회 위원과 이사, 기업의 재무제표 작성책임자, 학계 등 18인의 외부전문가들로 구성되며 3~4년의 임기동안 PCAOB에 자문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이와함께 전 교수는 "금융감독원 내 회계관련 부서의 위상 강화와 전문심의위원(부원장보급)을 부원장으로 격상하고 회계부성의 독립성 제고를 위한 감독기구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회계에 관한 법률' 제정과 회계위원회 설치, 한국회계정책연구원 신설 등도 제안했다.

전 교수는 "원칙중심의 IFRS의 올바른 정착을 위해 기업과 외부감사인, 감독당국의 노력과 상호이해, 주주·채권자·감사위원회(감사)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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