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18-1호>회계개혁 후속작업의 진행을 보며

-주기적지정제의 형해화가 우려된다-

(사)한국감사인연합회

(2018.3.20.)

회계투명성과 신뢰성 제고를 목표로 작년 10월말 전면 개정 공포된「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 이어 시행령 개정작업과정이 금융위원회 주도의 TF에서 금년 1월 중순에 보도자료로 발표되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회계처리에 대한 낮은 인식이나 회계업계의 영업 중심 관행, 그리고 사후 제재 중심의 감독방식 등 모든 면에서 근본적인 혁신이 일어나야 한다는 TF의 인식에 대해서 적극 공감하는 바이다. 국민이 원하는 바대로 국제적 회계신뢰도 꼴찌 탈출을 위해서는 감사 받는 기업이 감사인을 스스로 선정하는 것을 막는 전면지정제와 감사공영제로 획기적 전환하는 것이 맞지만 현실적인 타협책으로 주기적지정제가 도입되었다. 이러한 상황 아래, 종국적으로 회계투명성 제고와 외부감사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주기적지정제나마 엄정하게 시행해야 할 것이다.

  외부감사법 제11조제2항에 규정된 주기적지정제는 주권상장법인과 지배구조가 미흡한 일부 비상장대법인에 한하여 6년간 기업 자유선임 후에는 반드시 금융위원회(증선위)가 지정하는 감사인으로부터 3년간 외부감사를 받도록 하는 제도이다. 다만, 예외로 과거 6년 이내에 감리를 받은 회사로서 감리 결과 회계처리기준 위반이 발견되지 아니한 회사와 그 밖에 회계처리의 신뢰성이 양호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회사는 지정 받지 아니하고 자유선임을 계속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당초 수치스러운 회계꼴찌를 탈피하기 위한 개혁적 조치로 외국과 특이한 한국적 상황 아래 주기적지정제가 도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후속 시행령 개정 단계에서 기업측과 감사인간 예외 사유 확대 여부가 논란이 되면서 지정제의 형해화(유명무실화)가 우려되고 있다.

첫째, 예외사항 중 1호에 따라 지정감사를 받지 않기 위해 지정기간 도래 전에 감리(심사감리 또는 정밀감리)를 사전 신청할 경우 감독당국은 조기에 감리를 완료해야 하는 업무부담을 질 것이므로 감리기간을 고려하여 최소 2년 전에 감리를 신청하도록 하고 그 방식도 심사감리가 아닌 정밀감리로 한정해야 할 것이다.

둘째, 예외사항 2호에서 회계처리의 신뢰성이 양호한 경우로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적정의견이 거론되고 있는 것 역시 우려사항으로서 본래 내부회계관리제도는 정상적인 회계감사에서 검토되는 것으로서 종래(2006~2015) 상장법인 내부회계관리 검토시 평균97.6%가 적정의견이었고, 검토가 감사로 바뀌어 강화되더라도 한국적 상황을 고려할 때 내부회계관리가 양호하다고 지정감사를 면하게 하면 90%이상이 지정 제외될 것이다.

셋째, 일각에서 6년 계약 후 다른 감사법인으로 자유계약한다고 하면 지정에서 제외하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이는 주기적지정제(6년자유+3년지정)의 개념을 정면으로 파괴하는 것이고 기존 감사법인에게 비감사서비스 제공 등으로 3년 뒤 다시 만나자고 하면 현재의 자유선임제도하에서 “을”인 감사인으로서는 양해할 수 밖에 없게 되는 맹점이 있다. 어떻게든 지정감사를 받지 않으려고 하는 기업의 입장을 보면서, 이번 사안의 중요한 핵심은 세상사 모두에 있게 마련인 갑을관계에서 감사인을 “갑”으로 만들어주도록 지정제가 운영되어야 회계정보의 대외 신뢰성이 확보될 수 있다는 단순 진리의 문제이다.

결국 주기적지정제의 예외로 감리제도를 법률에서 언급한 것 자체가 공인회계사의 외부감사 위에 법원소송 아닌 행정감리라는 옥상옥을 도입하여 사회적 낭비를 초래하는 것이고, 회계 신뢰성은 내부회계관리시스템이 아니라 재무제표에 대한 외부감사를 받아봐야 확인되는 것이기에 이 두 예외조항은 개혁에 예외 없다는 당초 취지에 입각해 필요시 법 개정으로 모두 삭제되어야 할 것이다.

  끝으로 보도에 의하면 주기적지정제 시행 시기와 관련하여 원년인 2020년 예상 지정대상인 1,200여개사를 일시지정하는 안과 2020년부터 2026년까지 7년간 분산지정하는 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는 감독당국의 업무처리 부담과 일시지정시 감사법인간 수주경쟁 등의 부작용을 거론하고 있으나 수년간 지체된 회계개혁의 상징성과 감사인등록제 도입으로 품질수준 갖춘 감사법인의 증가, 분산지정대상 기업선정의 형평성 시비로 잃을 수 있는 공정성을 확립하는 차원에서 빅뱅방식의 일시지정제로 시행함이 옳다고 본다.  (연락처: office@koreaauditor.org, 010-9279-4883, 회장 김광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