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17-01> 외부감사법 전부개정안 통과를 보고

-주기적 감사인지정제 도입 등은 미봉책이다-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개정안이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1년 유예기간을 두어 2019년 1월부터 시행되는 법률의 주요 내용을 보면, 주식회사와 경제적 실질이 유사한 유한회사도 외부감사의 대상에 포함시켜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로 제목을 변경하고, 상장기업 전부와 소유·경영미분리된 비상장대기업에 대하여 6(자유선임)+3(지정) 형태로 주기적 감사인지정제가 도입되고, 한국공인회계사회가 표준감사시간을 정하며, 감사계약체결기한을 당기고, 상장법인감사인 등록제가 도입되며 회사와 감사인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되어 현재보다는 진일보한 입법임을 인정한다.

당초 개정안은 수년간 국제적 회계투명성 순위에서 하위권에 맴돌다 최근 2년동안 연속 세계적 회계순위 꼴찌(스위스 IMD 평가에서 61위/61, 63위/63)로 떨어진 데 자극 받아 촉발된 회계제도의 획기적 개혁안으로 모색되었다.

일찍이 정부는 1983년 시장경쟁을 통한 전문성 제고를 명분으로 외감제도를 배정제로부터 자유선임제로 전환한 후 수시로 나타난 회계실패사례에 대처하여 지정대상기업 확대, 징계 강화 등 땜질식 여러 정책을 도입하였었다. 그러나 2015년 발생한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에 대한 기소와 판결 사태를 보면 30년 넘게 정책이 실패했다는 것이 반증되었고, 그 이유로 회계윤리 미비 등도 있으나 가장 큰 이슈는 피감사기업의 갑질행위로 인한 감사인의 독립성 훼손이었다. 자유선임제는 기업이 감사인을 마음대로 선정하므로, 피감사기업과 감사인간에 갑을관계가 생겨 감사인이 수주영업에 신경쓰느라 피감사기업의 눈치를 보아야 하기 때문에 소신 있는 감사를 할 수 없어 본질적으로 회계정보의 대외 투명성 확보에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 개정법의 첫번째 문제점으로는, 신설된 주기적 지정제가 6개 사업연도에서 3년 단위로 외부감사인을 2회 자유 선임한 후 다음 3년간 감사인을 금융위원회(증선위)가 지정하는 제도로서 주권상장법인과 비상장대기업을 대상으로 하되 일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회사는 지정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당초 전면지정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일부 의원과 시민/학자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절충안으로 도입된 주기적 지정제는 기업의 기득권에 입각한 자유선임제를 바탕으로 약간 변형한 것으로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특징인 소유형지배구조를 고려할 때 세계적 꼴찌를 탈피하기 위한 획기적 방안에는 한참 모자란다.

두번째 문제점은 그나마 도입된 주기적 지정제의 예외로 과거 6년 기간 중

감리결과 문제가 없는 회사를 규정함으로써 외부감사 후속절차로 금융감독

원의 감리를 명시하고 있는데 이는 외부감사 위의 옥상옥 제도이며, 지정을

회피하고자 하는 회사는 외부감사에 추가하여 감리를 자진 신청할 수도 있

게끔 유도하고 있어 사회적 낭비라 하겠다.

세번째 문제점은 주기적 지정제의 대상으로서 비상장대기업 가운데 소유·경

영미분리인 기업을 규정하면서 대주주 등이 지분비율 50% 이상이면서 대표

이사를 맡고 있는 경우를 들고 있으나 중소규모가 아닌 대기업으로서 이에

해당하는 기업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여 지분비율을 지배력 기준인 30% 이

상으로 재개정하여 유명무실을 막아야 할 것이다.

네번째 문제점으로 감사인 손해배상책임의 소멸시효를 감사보고서 제출 후

8년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종래의 5년에서 연장된 것으로서 감사인

에게 지나치게 과중한 책임을 묻는 조항이다. 이는 감사인의 경우 계약

당사자 뿐만 아니라 감사보고서를 이용한 불특정 제3자에게도 책임을 지는

공공업무의 특성과 손해배상의 입증책임이 민법상 손배책임의 원리와 달리

원고 아닌 피고에게 전환되어 있어 청구권자가 아닌 감사인이 임무를 게을

리하지 아니하였음을 증명하도록 되어 있는 특별 구조를 고려할 때 엄청난

법적 리스크의 증가로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고 이는 회계업계에

우수 인재의 유출과 진입 장애로 작용할 것이 우려된다. 오히려 감사조서의

보존기간을 변호사법, 세법 등에 맞추어 3~5년으로 줄이는 것이 합리적이다.

다섯 번째 문제점은 이번 외감법 개정의 시기도 늦었고 시행시기도 너무 느

슨하다는 것이다. 개정 입법의 계기가 된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의혹이

제기된 2015년 8월 이래 2년 1개월만에 입법되고 그 시행은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이루어지도록 규정되어 있어 실제로는 2019년 1월 1일 이후

시작되는 회계연도(더욱이 주기적 지정제는 추가 1년 유예된 2020년 1월 1

일 이후)부터 적용하게 되어 3년 5개월 내지 4년 5개월만에 적용되는바, 미

국의 2001년 엔론사태 발생시 1년 1개월만의 입법 사례와 산업은행을 통해

거액의 공적 자금이 투입된 해당 사안의 중요성에 비추어 너무 느린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진정 개혁 의지가 있다면 적용시기를 조속히 단축할 것을 촉

구한다.

이에 우리는 향후 기업회계정보의 투명성 제고라는 궁극적 목표 달성을 위

해 우리나라의 소유형 기업지배구조 아래 꼭 필요한 전면지정제와 감사공영

제를 포함한 제대로 된 회계개혁을 다시 한번 촉구하면서 특히 신설된 주기

적 지정제의 예외를 위임 받은 시행령 개정작업을 주시할 것이다.

2017. 10. 9.

(사)한국감사인연합회